novel_contents_crawling.ipy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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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port datetime as d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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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tqdm.auto import tqdm \n",
    "from dotenv import load_doten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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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port time \n",
    "load_dotenv(verbose=Tr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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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 = conn[DATABA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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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 = db[COL]\n",
    "print(c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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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먼 하루', 'contents': ['\\n', '\\n\\xa0\\n정길연\\n\\n1\\n\\n3월 중순으로 접어들었을 뿐인데 긴팔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고도(高度) 때문인지, 위도의 영향인지, 태양의 열기가 성급히 드러낸 팔뚝을 그대로 파고든다. 지브롤터 해협을 코앞에 둔 대륙의 남단(南端)일 텐데, 바람에 소금기는 실려오지 않는다. 도대체 바다는 어느 방향에 엎드려 있는 것일까. 바다 건너 아랍의 왕들은 어떻게 이 험준한 절벽 위의 도시를 찾아냈을까. 아니, 그 이전 이 삭막한 산정으로 모여들었던 순례자들은 세상의 어떤 것들과 불화했을까.\\n이미 거쳐 온 다른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집들의 외벽은 모두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졌다. 그 외벽처럼 희고 깨끗한 구름 몇 점이 붉은 테라코타 기와지붕 위를 천천히 지나간다. 예닐곱 마리쯤 되는 까마귀떼가 따호 강 협곡 위를 선회하는 동안,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어린 소년이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타고 오르며 여기저기 흩어져 뿌리 내린 꽃들을 거칠게 훑기 시작한다. 꿈속에서인들 닿아본 적 없는 이방임에도, 그 순간, 내게, 한 생을 뛰어넘은 익숙함이 찾아든다. 오, 너로구나. 나는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n나는 먼 곳에서 왔다. 이곳은 처음이다. 날카로운 돌부리가 드러난 비탈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잿빛 올리브나무들이 고집스레 뿌리를 박고 있다. 그라나다에서 남서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말라가 해안을 스쳐 지난 뒤 다시 척박한 바위투성이 산허리를 수없이 돌고 돌 때에만 해도 풀장이 딸린 펜션형 호텔들과 유럽풍의 고급 레스토랑은 상상하지 못했다. 실은, 상상하지 않았다. 상상은 내일을 구상하는 한가로운 사람들의 빈번한 시행착오다.\\n그랬건만 이내 이 모든 풍광이 낯익게 다가왔다. 푸른 하늘, 노란 장다리꽃, 햇볕에 그을린 사람들, 그들의 웃음, 그들의 눈빛,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이 모든 것들······. 그리고 상상하지 않았던 내일까지도. 새로운 날은 영원히 지나가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오래전, 혹은 한 생애 전.\\n나는 누에보 다리 중간쯤에서 걸음을 멈춘다. 새롭다는 뜻의 누에보 다리는, 협곡과 여러 세기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기 위해 허공 중에 걸어 놓은 교각이다. 돌난간에 가슴을 붙이고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찔하다. 맨머리에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햇살이 울렁증을 더한다. 까악까악, 머리 위에서 검은 새들이 그악스럽게 울어댄다. 수십 길 아래 계곡 웅덩이로 제법 크고 묵직한 돌멩이 하나가 풍덩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들린 듯하다. 망할 까마귀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정수리를 쪼아대는구나 싶은 불쾌함에 사로잡힐 즈음이다.\\n나는 황급히 주위를 돌아다보았다. 몇몇씩 짝을 이룬 유럽인들이 다리를 건너가거나 건너오고 있고, 관광객을 태운 마차 한 대가 중앙을 통과하고 있다. 한 줄로 이어선 일본인 관광객들은 선두의 장대 끝에 매달린 깃발을 부지런히 좇아가고 있다. 악의 없는 웃음과 예의 바른 찬탄과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뒤섞여 들린다. 그들은 어디에서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시끄럽고 조급하고 쇼핑에 열 올리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처럼.\\n그러고 보니,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서는 심심찮게 마주쳤던 한국인들을, 단언컨대 이곳 산악지대에서는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하긴 내게도 절벽 위의 이 옛 도시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로부터도 들은 적 없는 생소한 지명이었다. 그렇다고 서두르느라 챙모자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떠나오게 된 이번 여행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 불만은커녕, 사실은 횡재나 다를 바 없는 여행이라고 해야 옳다. 치러야 할 대가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서운할 정도로.\\n\\n\\n2\\n\\n생면부지의 남자가 제의한 여행에 동행하기로 결정하는 데, 그러니까 내가 남자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단 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n남자는 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바에 혼자 들른 손님이었다. 일행이 없는 손님은 대체로 혼자 조용히 잔을 기울이다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번잡스러움이 덜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과격하게 돌변하는 경우도 없잖다. 그날 남자는 술을 꽤 많이 마셨다. 취해서 뻗어버리고 싶은데 끝내 취해지지 않아서 더욱 기를 쓰고 마셔대는 눈치였다. 그것만 아니라면 남자는 아주 평범해 보였다. 끌릴 만한 구석이 없는 타입이었다. 남자 또한 바 너머의 나를 시종 무관심하게 대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신경이 자꾸 남자에게로 쏠렸다. 그날따라 바에 다른 손님이 없었던 탓도 있었다.\\n스스로 잔을 채우고 비우고 하던 남자가 문득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더니 한참 동안이나 전화기를 든 채 말이 없었다. 저쪽에서 받지 않는 모양인데도 남자는 몇 번이고 더 숫자판을 누르고, 다시 말없이 기다렸다. 나는 이유없이 김이 샜다. 따분해라, 여기도 실연이군. 나는 남자가 건드리지도 않은 안주 접시로 손을 뻗었다. 오렌지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때 남자가 물었다.\\n“에스파니아 가봤어요?”\\n웬 에스파니아? 그런데 내게는 마치, 2차도 나가요? 라는 말로 들렸다. 가령, 호텔 캘리포니아에 가봤어요? 길 건너 새로 생긴 몰디브는요? 라는 질문처럼. 너무 쉬운 인상을 주게 되면 나중에 꼭 손해라도 본 양 팍팍하게 구는 게 남자의 속성이므로,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투로 새치름히 되물었다.\\n“어디······요?”\\n남자가 다시 말했다.\\n“스페인 말입니다.”\\n“아아, 스페인.”\\n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야 원칙적으로는 그렇되, 어디까지나 남자의 능력에 달린 문제가 아닌가. 그러자 남자가 불현듯 신속하게 능력을 발휘했다.\\n“그럼 나랑 가지 않을래요?”\\n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갈 때 가더라도 밀고 당기는 시늉 정도는 작업을 거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한 것이니까. 남자가 붉게 충혈된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진지하게 덧붙였다.\\n“예약이 돼 있어요.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몸만, 아니, 소지품만 챙겨서 내일 공항으로 나오면 돼요. 혹시 여권이······?”\\n그제야 나는 남자의 말을 똑바로 이해했다. 그러니까 진짜 여행 말이군. 그것도 여권이 필요한 해외여행. 나는 남자가 자신의 제안을 철회할세라 지체없이 동의했다.\\n“좋아요. 내일 몇 시 비행긴가요?”\\n앞뒤 따지자고 들면 엄두 못 낼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당장 밥 벌어먹고 있는 업소에 대해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도 지지 않기로 수월하게 마음먹었다. 아니, 저절로 마음이 먹어졌다. 낮부터 목구멍에 탁 걸려서 내려가지 않던 이물감이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한몫 거들었다. 며칠째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는 홀 서빙 아르바이트 은하의 빈자리를 가리기 위해 시간을 당겨 출근하던 길이었는데, 딸랑딸랑, 출입을 알리는 종소리에 반색으로 돌아보던 주인여자가 나라는 걸 확인하고는 이내 심드렁한 낯빛으로 바뀌면서 내뱉은 말이 발단이었다.\\n“얘, 미스 조야. 문간에 소금 한 바가지 뿌려야겠다.”\\n영문 모를 흰소리나 푸념부터 앞세우는 게 주인여자의 평소 말버릇이었다. 나는 바 테이블을 돌아 안으로 들어가며 건성 상대해주었다.\\n“점검 나왔다 갔어요?”\\n점검은 핑계고 사례가 목적인 시찰이 왕왕 있게 마련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되물었다. 주인여자가 호들갑스럽게 도리질을 쳤다.\\n“세상에, 은하 고 년이 죽었댄다.”\\n“은하가, 죽어요? 말도 안 돼.”\\n그 억척스러운 애가 그만 살겠다고 약을 먹었을 리도 없고, 아무튼 뜬금없기도 했거니와 믿기도 어려웠다. 은하는 요즘 애들답게 발랑발랑거리면서도 돈에 야무졌다. 시급 3천5백 원짜리 아르바이트로 어느 천 년에 유학자금 장만하겠느냐고 초조해하더니, 언제부턴가 은밀히 2차도 따라나서는 눈치였다. 나는 알고도 모른 체했다. 옳다 그르다 시비할 입장도 아니었거니와 제 인생 제가 사는 것, 부모도 타인이라는 게 내 철학이니까. 억척을 부린 만큼 돈을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은하, 제 소관이었다. 혹 그애 돈이라도 빌려 카드빚 돌려막을 상황에 몰리지 않은 다음에야 관심 가질 일이 아니었다.\\n“나도 첨엔 참 끔찍하게도 둘러댄다, 했어. 나오긴 싫고 댕겨 간 선금은 있고, 왜 그런 애들 있잖니? 친구 시켜 부고장 돌리는 애 말야.”\\n“은하한테 선불 줬어요?”\\n“아니.”\\n“말 한번 희한하네. 선불 넣어준 것도 아니면서 그런 애들로 싸잡아 엮는 건 또 뭐래?”\\n“그런 애 있어. 전에 내가 데리고 있던······.”\\n“이건 은하 얘기잖아요?”\\n나는 왈칵 짜증을 냈다. 보기보다 속이 무른 주인여자가 머쓱하니 물러서는 듯하더니 기어이 솜먼지처럼 가벼운 입을 달싹거렸다.\\n“그래, 은하 걔, 오토바이 뒷자리에 매달려 가다가 마주 오던 택배 트럭을 들이받는 바람에 십 미터도 넘게 날아가서 보도블록에 거꾸로 꽂혔대. 목뼈가 부러지면서 즉사했다는 거야. 오토바이 운전하던 놈도 그 자리에서 갔댄다. 음주에다 중앙선 침범에다 신호 위반까지 풀세트 자기 과실이어서 죽은 놈 부모가 하소연할 데 없이 꺽꺽거리고만 있대네. 어지간히 빵빵한 집안이라는 데도 유규무언이니 어디 기댈 데 온전히 없는 은하년 하소연은 허공 중에 부서지는 메아리지, 뭐.”\\n오토바이? 그 할리 데이비슨? 멀국처럼 생겨서 꼭 헤네시만 찾던 놈? 두어 번 은하를 데리고 나가던 남자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아직 새파란 어린애인 데다 하는 짓마저 비려서 뒤통수를 탁 치고 싶게 만들던 그 자식 말이지.\\n주름진 채 옷걸이에 걸려 있는 은하의 앞치마가 눈에 들어왔다. 으스러지고 찢겨나가서 한 줌 형해로 남은 육체를 바라보는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은하의 앞치마를 걷어 반 절, 또 반 절 개켰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물었다.\\n얘, 그 악착을 떨어대더니, 기껏 그런 끝이나 보자고? 가엾고 더럽고 서러운 그런 끝이나 보자고? 은하야, 너 참 시시하다. 너무너무 시시하다.\\n애통보다는 대상 없는 분노의 욕지기가 꾸역꾸역 치밀어올랐다. 나는 은하의 앞치마를 와락 구겨서 벽 쪽으로 집어던졌다. 그 곁에서 주인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렸다.\\n“미친년, 가뜩이나 장사 안 돼 죽겠는데 그런 재수 험한 애를 데려다 썼으니······.”\\n소금을 쳐야 할 곳은 저 일하던 가게 문턱을 넘어올지도 모르는 은하의 혼령이 아니라 주인여자의 무례한 ‘아가리’였다. 그게 그날 낮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부터 역류성 식도염이 도진 것처럼 목젖이 부풀어올랐다. 나는 남자에게 바짝 다가들듯이 말했다.\\n“정말, 어디든 가야 해요. 여기 더 있다간 주인 마담을 소금에 절이게 될지도 모르거든요.”\\n남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말귀를 알아들어서는 아닌 듯했고, 자신의 생각에 매몰된 자의 뜻없는 고갯짓으로 보였다. 나 또한 그때부터 스르르 내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이를테면, 왜 떠나고 싶은가에 대해서.\\n딱히 은하의 일이 아니어도 온몸이 스멀거리기 시작하던 터였다. 나는 어릴 적 집을 떠난 뒤로 짧게는 서너 달, 길게는 여섯 달을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지 못했다. 사는 곳을 옮기지 못하면 일터라도 옮겨야 뭉근히 달아오른 심열이 다스려졌다. 제법 멀쩡한 직장조차도 어느 아침 불쑥 전화 한 통화로 간단히 끝장을 내버리는 식이었다. 때문에 기껏 번 돈을 부동산소개소나 직업소개소의 중개료로 다 날릴 판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아닌게아니라 내 수중에는 언제나 돈이 별로 없었다. 마음자리가 굳어 새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는 달랑거리는 통장 잔고에 기대 버틸 수밖에 없었으니까.\\n남자가 돌아가고 난 뒤 나는 곧장 간판 스위치를 내렸다. 주인여자는 어디 고스톱 판에서 두 다리를 벌리고 앉았을 테니, 개의치 않아도 되었다. 나중에 가게 문이 일찍 닫힌 걸 알면 펄쩍 뛰겠지만.\\n그날 밤 나는 모처럼 달게 잤다. 그리고 날이 밝는 대로 방을 나섰다. 약속 장소에 과연 그 남자가 나와 있을까, 공항버스에 실려 영종도까지 가는 내내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 남자 어떻게 생겼더라? 바의 흐릿한 조명 아래에서 보았던 얼굴을 백주 대낮에 단박 기억해내기란 경험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공항 청사에서 적잖은 인파에 묻힌 상대방을 먼저 알아보고 손을 내민 쪽은 나였다. 대신 남자 쪽에서 날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한 박자 늦게, 아, 그게 당신이었던가? 그렇게 새삼 확인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의 악수에 응했다.\\n남자는 친절하지도, 그렇다 할 만하게 불친절하지도 않았다. 해외여행은 처음이라고 말하면서도 당황하거나 들뜨지 않는 점도 이상했다. 나는 몇 해 전 2박 3일 일정으로 파타야를 관광했던 적이 있었다. 서너 달 가량 일했던 와인 바의 단골이자 건물주인 신사장과 함께였다. 그 추억 아닌 추억을 십분 활용해서 출국과 입국, 환승에 따르는 사소한 애로사항들을 해결했다.\\n그러는 동안에도 남자는 남의 일을 대하듯 심드렁하게 봐 넘기거나 딴 생각에 골몰해 있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인천 공항에서 파리 드골 공항까지, 거기서 다시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탑승해서 이륙하고 착륙할 때까지, 거의 스무 시간에 육박하는 지루한 여정을 남자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처음에는 남자의 지나친 침묵이 불편하고 거슬렸다. 하지만 곧 이것저것 사적인 질문들을 주고받지 않게 되었음을 고마워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나 역시 대개는 상투적이거나 의례적일 게 뻔한 개인적인 질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며, 또 성실하게 답변하는 타입이 아니었던 것이다.\\n우리는 마드리드 시내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남자는 마드리드에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에 뜨는 그라나다행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었으므로 마드리드는 어차피 하룻밤 묵어갈 뿐인 중간 기착지에 불과했다.\\n호텔은 마음에 들었다. 바의 손님들과 들어서게 되는 유흥가의 미로 같은 숙박업소들과 비교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아쉽고, 안타깝고, 미안하고······ 그랬다. 끝이 훤히 내다보이는 연애의 첫 장면처럼 유치하고 촌스런 감상 따위라니. 나는 남자 앞에서 옷을 벗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각오를 해둔 터였기에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n반면에 남자는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러다 차츰 그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바람에 내 쪽에서 더 당황스럽고 무안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남자가 퉁명스럽게 물었다.\\n“무슨 뜻입니까?”\\n“그냥······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n솔직히, 남자가 너무 밑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n“그래요? 나는, 전혀, 그러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요?”\\n놀구 있네!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n“이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무지막지하게 날 쓰러뜨리는 쪽보다 더 놀랍네요.”\\n그럴 의향이 없었음에도 내 말투는 어느새 비아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n“분명히 말씀드린 것 같은데······, 이 여행에 어떤 조건도 없다고 말입니다.”\\n“그랬죠. 하지만 열 가지 조건이 붙어 있는 것보다 더 수긍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거, 알아요?”\\n“그러니까······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군요?”\\n“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대가를 치를 마음이었으니까.”\\n“몸으로······ 말이지요?”\\n남자의 말투와 눈빛에서 나에 대한 경멸을 읽었다. 극도의 수치심으로 나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래, 너 대단히 잘났다. 그러나 정작 그가 몇 배는 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거울 속의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남자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의 분노가 치명적인 어떤 상처에 닿아 있다는 것만큼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치명적인 어떤 상처는 결코 나눌 수 없거니와 그 무엇으로도 해체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n나는 도로 옷을 주워 입었다. 짐승 같은 취객에게 곤혹을 치른 밤보다도 더 참담했다. 몹시 피곤했지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그러기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새벽에야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첫날 밤 민망한 실랑이 이후 남자와 나는 늙은 부부처럼 조용히 각자의 침상으로 스며들었다. 대가를 치르지 않은 잠자리는 생각처럼 평온하지 않았다.\\n\\n\\n3\\n\\n누에보 다리 끝에서 왼쪽으로 몸을 튼다. 지금쯤 남자는 구시가지 유적지 가운데 하나인 ‘카사 델 레이 모로(LA CASA DEL LEY MORO)’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딱히 시간을 정해 약속한 바는 없지만 거기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심전심이라는 표현이 좀 우습기는 하지만 지난 한 주일, 몇 차례의 비슷한 일치를 경험했다. 굳이 따진다면, 상대방에 대한 섬세한 배려라기보다는 일상적 사고 구조가 유사한 데서 오는 확률상의 일치였을 테지만.\\n헌데, 틀렸다. 그 자리에 마땅히 있어야 할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누에보 다리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으므로 남자가 좀더 일찍 관람을 마치고 모로의 관저 밖으로 나왔더라도 이 손바닥만 한 고도(古都)에서 길이 엇갈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남자는 아직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젠장, 더 기다리지 뭐.\\n나는 건너편 보도에 주저앉아 배낭을 열고 오렌지를 꺼낸다. 건물 입구를 주시하면서 오렌지 껍질을 벗긴다. 오렌지는 감탄할 만큼 싱싱하고 달다. 그라나다를 떠나기 전 생수를 사기 위해 들른 상점에서 고른 오렌지다. 참, 그라나다는······ 좋았던가?\\n글쎄······. 길게든 짧게든 한번 지나쳐 온 공간은, 한번 지나쳐 온 시간만큼이나 무감각해지는 게 내 체질이다. 하룻밤 몸을 섞은 남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과거는 무의미하다. 과거는 삶의 대상이 아니다.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고, 모호하고, 그러면서도 집요한 기시감으로 존재하는 어떤 흔적에 불과하다. 때문에 나는 여러 생을 동시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할 수 없이 우울해진다. 아무것에도 깃들지 못하는 내 영혼에 대한 무력한 조의(弔意) 같은 것이다.\\n한 시간이 지나도록 남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난감하다. 주전부리라도 찾는 것처럼 배낭 속을 뒤적거려 보지만 걸리적거리는 것이라곤 지갑과 휴지와 수북한 오렌지 껍질이 전부다. 하긴 읽을거리로는 흔해빠진 가이드북 한 권 가져오지 않았다. 주인여자의 양해를 얻기는커녕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따라나선 여행길이 아니던가. 거기에다 나는 책자 따위를 신뢰하는 교양인이 못 된다. 교과서든 성공지침서든 연애소설이든, 저자란 위인은 늘 무엇인가를 과장하는 족속이라는 게 내 고정관념이다.\\n오래전엔 자칭 소설가라는 반 백수와 연애 비슷한 수작을 주고받은 적도 있었는데, 끊임없이 그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파장을 냈다. 소설가 왈, 사회는 예술가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나 어쩐다나. 술값과 숙박비와 밥값으로 그를 일부 부양하긴 했지만 이 사회의 지극히 미미한 구성원으로서는 주제넘은 지출이었다. 혹여 책에서는 몰라도, 책을 쓴 저자에게서는 하나 배울 게 없다는 통설을 확인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그때의 통렬한 깨달음 이후로 내 고정관념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김치 국물 벌겋게 밴 낡은 신문 쪼가리라도 반가울 성싶을 지경으로 무료하다.\\n이십 분이 더 지났다. 나는 그만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기로 한다. 이제 자명한 사실은 남자와 길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딴에는 숙소로 가자면 반드시 지나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누에보 다리를 오락가락하다가 시간에 맞춰 ‘카사 델 레이 모로’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마주치리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양자택일이 남았다. 아직 입장권을 팔고 있는 ‘카사 델 레이 모로’냐, 호텔 ‘라 푸엔테’냐. 모로의 관저 ‘카사 델 레이 모로’는 여전히 내키지 않고, 독일 출신 부부가 운영하는 ‘라 푸엔테’는 올리브 숲을 지나 시의 외곽에 자리하고 있어서 혼자 되돌아가기엔 부담스럽다.\\n나는 길을 건넌다. 아랍계 안달루시아 인이 아닌, 후세인 식 콧수염을 기른 진짜 아랍 남자가 차도르를 두른 세 명의 여자를 달고 ‘카사 델 레이 모로’를 나서고 있다. 그 중의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화사하고 구김 없는 눈빛이다. 나는 공연히 심통이 나서 중얼거린다. 셋씩이나 달고 다니는 남자도 이상하고 삼분의 일로 만족하는 여자들도 이상하지.\\n나는 ‘카사 델 레이 모로’ 앞에서 뜨내기 환전상이나 호객꾼처럼 한참을 더 서성인다. 작정을 했으면서도 선뜻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가 쉽잖다. 밖에서는 지상 일층의 아담한 가정집으로 보이는 ‘카사 델 레이 모로’는 절벽 안쪽을 거의 수직으로 파내려간 동굴 가옥이다. 아까는 그래서 들어갈 수 없었다.\\n“혼자 다녀오세요. 난 이 근처나 한 바퀴 더 돌고 있지요, 뭐.”\\n그래놓고는 속으로, 그럴 리도 없지만 만약 남자가 왜 그러느냐고 물어온다면 낭팬데, 했다. 무어라고 간단명료하게, 무엇보다 통증없이 설명하기 불가능한 일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나는 남자가 관람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물어오기도 전에 머릿속으로 재빨리 문장을 연습했다.\\n‘동굴이나 지하 공간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요. 엘러지를 일으키는 음식처럼 지하도나 지하 술집은 들어서는 순간 호흡이 곤란해지거든요.’\\n다행히 남자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리고 재차 관람을 권하지도 않았다. 동행자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순간순간 미끄러지듯 딴생각으로 빠져버리기 때문인 듯했다.\\n건물 안에서 내다보는 관리인 여자의 시선이 따갑다. 안쪽을 흘낏거리면서 연신 밖에서만 맴도는 것이 신경에 거슬린다는 무언의 전언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한 발을 들여놓는다. 일단 남자를 찾으러 들어가는 형식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n\\n\\n4\\n\\n다섯 번째 방이다. 네 번째인가? 뭐, 여섯 번째일 수도 있지만 아무러면 어떤가. 네댓 개의 방이 다 고만고만해서 금세 흥미를 잃었다. 대신 멀미를 느낀다. 방은, 앞서 보았던 다른 방들처럼, 작고 눅눅하고 어둡다. 자연 광선은 들지 않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마치 개미집이나 소라 고동처럼 회오리치는 수직 동굴 속인 데다, 조도가 낮은 등 하나로 근근이 사위를 비추고 있을 뿐이다.\\n사람들은 나선형 통로를 따라 내려가거나 올라가면서 새로운 방이 나타날 때마다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것처럼, 고개를 디밀거나 몸을 밀어넣고 저마다 한 마디씩 던지기를 잊지 않는다. 감탄과 호기심과 부러움과 빈정거림······일 것이다. 아마도 이 방 또한 술탄이 가장 아끼던 애첩 가운데 하나가 차지했으리라. 문득 입구에서 눈이 마주쳤던 차도르 여인의 모습이 겹쳐진다.\\n나는 일단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물론 이내 다음 그룹으로 채워질 테지만―방으로 들어선다. 아무것도 깔려 있지 않은 맨 흙바닥에, 고르지 않은 맨 흙벽이다. 그러니 방이라기보다는 비밀 결사를 위한 은신처이거나 죽은 육신을 기다리는 견고한 묘지 같다. 모든 장식을 걷어낸 방은 죽은 자의 맨살에 닿은 듯 선득한 기운을 안긴다. 조금씩 호흡이 가빠온다. 나는 죽은 자의 맨살에 닿아 본 적이 있는 것이다.\\n사람들은 결코 자기중심의 한계를 벗어나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공정성을 의심치 않는다. 그 절대적인 믿음이 인간이 지닌 최고의 악덕이라는 걸 나에게 각인시킨 남자애가 있었다. 그 남자애는, 비좁은 담벼락 통로를 사이에 둔 이웃집에 살았고, 내게 몹쓸 짓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가 그 남자애더러 너 따위는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 라고 말했을 때에는 정말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죽이고 싶도록 증오했던 까닭이다. 누구나, 죽이고 싶다고 해서 진짜로 죽이지는 않는다. 죽고 싶다고 다 죽는 게 아닌 것처럼.\\n아무튼 내가 죽이고 싶었던 남자애는 진짜로 죽었다. 나는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애의 가족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애가 내게 한 짓에 대해서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내 거짓말이 그애를 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애의 어머니는 숫제 내가 그애를 죽였다고 악을 썼다. 그래서 내가 죽을 때까지 자기의 죽은 아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나를 떠다밀었다. 죽은 그 남자애에게로. 그때 나는 그애의 차가운 맨살 위로 엎어졌다. 내가 집을 떠난 것은 그 직후였다. 내 가족조차 슬그머니 나를 피하기 시작했던 때문이었다.\\n나는 다섯 번째인지, 네 번째인지 혹은 여섯 번째인지 알 수 없는 방을 빠져나와 아래로아래로 내려간다. 아주 길고 구불텅구불텅한 짐승의 내장을 통과하는 것 같다.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내가 도망쳐 다닌 기억들과 도처에서 조우한다. 우려했던 대로다. 애초에 이 지하 관저의 관람을 포기했던 것도 그래서였다.\\n나로 하여금 속죄를 강요당하게 만든 이웃집 남자애가 내 장밋빛 인생을 동강내버린 곳은 볕이 들지 않는 그 집 지하실이었다. 그애는 조각칼로 나를 위협했는데, 그애의 어머니가 내 거짓말의 증거로 삼은 것이 그 대목이었다. 말만 한 기집애가 조각칼 따위가 무서워 끌려갔다니 말이나 되느냐고······.\\n위협당하는 자의 공포는 위협의 도구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다.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이미 무너뜨릴 수 없는 커다란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기실 내게는, 그애가 내 뺨에 갖다 댔던 조각칼보다, 그애가 내뱉었던 저급한 욕설들이 더 위협적이었다. 그애는 세상의 온갖 더러운 욕설을 다 알고 있었다. 지금은 나도 그런 욕설쯤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들을 수 있지만, 그때의 내 나이는 열일곱이었고, 그애는 고작 열다섯이었다. 열다섯 살짜리가 저지른 악행은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열일곱 살짜리가 겪은 정신적 육체적 훼손은 치명적인 허물이 되었다.\\n그런데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긴 하다. 그애는 왜 죽었을까? 죄책감 때문에? 그 가족을 위해 자신의 결백을 조작하기 위해서? 그애의 어머니가 내게 퍼부은 말 중에는, 네 잘난 몸뚱이가 내 귀한 아들 목숨보다도 대단하냐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그야말로 내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대단한 저주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n동굴은 수직으로 깊어지는데 주위는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한다. 마치 먼동이 트는 것처럼. 공기의 냄새도 달라지고 있다. 어디선가 외기가 유입되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빛이 새어들고 있는 굽은 통로를 돌자 한꺼번에 환한 빛이 들이닥친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공간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n동굴의 끝은 놀랍게도 바깥세상이다. 절벽과 절벽 사이로 흐르는 계곡의 수면과 거의 수평으로 만나는. 눈앞을 가로막는 청동 팻말에는 ‘술탄의 목욕탕’이라고 씌어 있다. 오래전 침략자의 시대에는 동굴의 방들에서 내려온 그들의 아리따운 무희들이 교교한 달빛을 받으며 검은 대리석같이 단단하게 빛나는 육체를 식혔으리라. 낮 동안 암벽을 타고 오르던 어린 소년이 술탄의 눈을 피해 그 여인들의 머리 위로 붉은 꽃들을 흩뿌렸으리라.\\n그러나 석회 성분이 녹아 있어서인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더러운 잿빛 물웅덩이에서는 악취가 난다. 오수(汚水)가 흘러들고 있는 게 분명하다. 고개를 젖히자 협곡 양 끝에 걸려 있는 누에보 다리가 올려다보인다. 두어 시간 전 내가 서성거렸던 누에보 다리 위를, 지상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푸른 하늘에는 하얀 낮달이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전설처럼 떠 있다.\\n그런데, 남자는 어디로 사라졌을까?\\n\\n5\\n\\n등산용 배낭, 거울 앞에 풀어 놓은 손목시계, 손목시계 옆에 나란히 놓인 무용지물의 휴대전화.\\n끝내 나타나지 않은 남자의 소지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의아한 눈빛으로 남자의 부재를 묻는 ‘라 푸엔테’의 안주인에게는 한국어로 헤어졌다고 말했다.\\n“싸웠어요. 그는 날 여기다 두고 가버렸어요. 아내를 셋씩이나 둔 아랍 남자가 내게 네 번째 청혼을 했거든요. 그리고 들꽃을 꺾어다 준 소년에게는 내 쪽에서 오렌지처럼 달콤한 입맞춤을 해 주었거든요.”\\n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그 독일 여자는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차에 곁들인 케잌 한 조각으로 나를 위로하고 본채로 돌아갔다. 나는 남자의 소지품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한숨을 지을 뿐이다.\\n남자의 짐보다는 남자의 신상이 더 큰 문제다. 남자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내게도 곤란한 문제가 생기는 셈이다. 우선 남자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남자가 이번 여행의 동행으로 나를 끌어들였다는 것이 그에 대해 아는 것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런데 누가 내 말을 믿어주겠는가?\\n나는 혼자 그라나다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던 길을 되짚어가면 그라나다에서 마드리드로, 마드리드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서울로 돌아가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남자의 짐은, 남자는, 어쩐다?\\n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남자의 배낭을 끌어당긴다. 지퍼를 열자 억지로 구겨 넣은 옷가지가 비어져 나온다. 옷가지 밑에는 조그만 앨범이 깔려 있다. 그 외에는 달리 주목을 끌 만한 물건은 없다. 앨범의 표지를 들춘다. 어쩐지 타인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찜찜하다.\\n앨범은 듬성듬성 이어 맞춘 한 여자아이의 성장기록이었다. 처음에는 한 인물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지만 뒤로 갈수록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든다. 마지막 장에 가서야 나는 드디어 숙녀가 된 사진 속의 여자아이를 알아본다.\\n멍하니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이번에는 남자의 휴대전화기를 집었다. 배터리가 다 떨어진 단말기는 아무런 기록도 정보도 띄워주지 않는다. 나는 다시 사진 속의 인물과 눈을 맞춘다. 틀림없이······ 은하다.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진다. 은하의 영혼이 그 몸을 빠져나갈 때처럼. 우리의 삶이 궤도를 벗어날 때처럼.《문장 웹진/2005.10》\\n\\n',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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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cept AttributeError:  # 해당 글이 없는 경우 \n",
    "                continue\n",
    "            p_tags = contents.select('div.entry-content > p')\n",
    "\n",
    "            if len(p_tags) == 1:\n",
    "                print(\"this\")\n",
    "                self.refine_data(p_tags[0])\n",
    "                \n",
    "            else: \n",
    "                for tag in p_tags:\n",
    "                    if tag.get('align','None').find('justify') > -1 or -1 < tag.get('style','None').find('justify') or -1 < tag.get('TEXT-ALIGN','None').find('justify') : #id 나 class에 justify가 있는 경우를 대비할수 있다\n",
    "                        html_contents = tag.select_one(\"span > font\")\n",
    "\n",
    "                        if not html_contents: #html_contents가 false면 (None)\n",
    "                            html_contents = tag.select_one(\"span\")\n",
    "                            \n",
    "                        if html_contents: #html_contents 가 true 면 \n",
    "                            self.refine_data(html_contents)\n",
    "                            \n",
    "                        else:\n",
    "                            self.refine_data(tag)\n",
    "                    \n",
    "\n",
    "                    elif tag.get('align','None').find('left') > -1 or tag.get('align','None').find('right') > -1:   \n",
    "                            self.refine_data(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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