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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포프입니다.
겸손한 개발자라는 제목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으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예전에 제가 거만한 개발자라는 비디오를 한번 만들었어요. 그때 한 얘기는 이제 한마디로 거만한 개발자가 되자라는 얘기였는데 그 뒤에 댓글 올라온 거 보면 어떤 분들은 "그건 거만한 게 아니라 네가 말하려고 한 게 자신감 있는 게 아니냐? 거만한 거는 남을 깔보고 이러는 건데..."라는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많아요. 근데 사실 제가 의도했던 거는 사전적 의미의 거만함이 아니었어요. 근데 왜 일부러 굳이 그렇게 자극적인 이름을 썼냐 하면은 그냥 자신감 있는 개발자가 되자라고 할 수 있는데 거만한 개발자가 되자라고 썼던 이유는 일단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면 사람들 다들 보니까 그런 옐로 저널리즘의 극한을 달려보자는 아니고 사실 겸손하다는 말 자체가 한국에서도 이미 사전적으로는 안 쓰인 거 같아요. 그래서 그거에 대한 반등으로 거만한 개발자로 쓴 거거든요? 어떤 의미에선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겸손하다는 게 거만한 개발자 비디오에서 말씀드렸지만 왠지 자신을 낮춰서 실제 주장해야 되는 거고 내가 이만큼 자신감 있는 것도 얘기해야 되는데 그렇게 말하면 재수 없게 보니까 그런 문화가 너무 만연해 있으니까 일부러 자신을 낮춰도 어떤 비굴한 정도로 낮추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냐... 오히려 자기가 자신감 있게 말할 때는 하고 내가 실력이 좋다고 자기가 믿으면 그거를 나는 실력이 좋다고 말하고 만약에 뭐 그거에 대한 나중에 틀린 게 검증이 되거나 그러면 그때 가서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전적인 의미가 아닌 비유적 은유적 그런 개념으로 해서 거만한 개발자로 쓴 거예요.
오늘은 겸손한 개발자란 얘기를 하려고 그래요. 겸손한 개발자라고 하니까 그러면 "너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걸로 다시 겸손하다 그럴 거냐?" 그건 아니에요. 저는 이번에는 정말 사전적인 의미의 겸손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뭐냐면 사실 제가 프로그래머 짓을 하면서 아니면 다른 전문가들하고 얘기를 하거나 어떤 다른 일을 하거나 그럴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봤어요. 그 분야에서 몇 년간 있던 사람들이고 실력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죠. 근데 제가 나중에 한참이 지나서 느낀 게 뭐냐면 정말 실력 있는 사람들은 한 두 명 천재는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 사람들은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가 봤던 정말 실력 있는 사람들은 되게 겸손해요. 겸손하다는 게 뭐냐면 그냥 "아 저 그거 못 해요" "제가 뭘 알아요" 이게 아니에요. 그거는 아까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에서 널리 통용되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겸손함... 비굴한 거고요 정말 겸손한 사람들 프로그래머를 예를 들게요. 제가 BCIT를 다녔잖아요? 거기 다니면서 제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 내가 뭔가를 배웠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몇 안 돼요. 그중에 제일 낮은 사람이 알버트라고 있어요. 이 사람은 웃긴 게 실무에서 일본 적도 없는 사람이고 학교 나와서 어디서 석사 받은 다음에 여기 와서 선생 생활 시작한 거예요. 이 사람은 C++ 하고 C를 가르치는 교수였는데 지식의 깊이라던가 다른 사람의 코드를 봤을 때 캐치하는 능력 있잖아요? 이건 이렇게 도는구나라고... 학생들 중에 정말 이상하게 코드 짜는 사람들 많잖아요? 근데 그거를 이해를 하고 이건 이렇게 하라고 얘기를 해요. 되게 엄격한 사람이거든요? 근데 재밌는 건 언제나 뭘 얘기할 때도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얘기를 해요. 보면서 "이거 틀린 거 같은데?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이런데 내가 틀릴 수도 있으니까 혹시라도 내가 틀리면 알려 줘" 그 사람이 틀릴 일은 별로 없었어요. 한두 번 있었나? 사람은 실수를 다 하니까...
근데 그 사람은 제가 볼 때 정말 뛰어난 C++ 프로그래머예요. 그 정도의 프로그래머는 제가 아직 본 적이 없어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한국말에 보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얘기가 있죠? 그것도 겸손하다는 얘기예요. 근데 제가 생각하는 겸손함은 '난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몰라' 이게 아니에요. 분명히 자기가 아는 거에 대한 확실히 있고 그걸 '난 이렇게 알고, 이렇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상대방이 뭔가 반대 의견을 냈을 때 그거를 검토해 보고 자기가 틀렸다는 게 나오면 그걸 인정하고 새로운 그런 지식을 받을 수가 있는 그런 자세? 어쩌면 그런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알고 있던... 누구나 시작은 별로 대단하지 못하잖아요? 아무래도 오래 일을 하면서 정작 깊이 알아가는 게 있고 지식을 넓혀 가야 되는데 처음 알고 있던 지식 거기서 이제 잘못된 것도 있겠죠? 그 지식을 맞다고 믿으면서 새로운 거에 대한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으니까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제가 다른 개발자 동료들 저랑 같이 일한 적이 없어도 sns에서 알더라도 그런 사람 중에도 그렇게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안 여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 확실히 뒤처지더라고요 가면 갈수록. 그리고 배척도 되는 느낌도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 어차피 그런 사람들하고는 말하기 싫잖아요? 내가 분명히 만든 확실하고 증거도 있는데 제대로 안 받아들여요. 무조건 자기가 맞다고 우기고 욕하고 싸우는 거예요. 그럼 누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그 사람한테 점점 말 안 하게 되고 그 사람은 그만큼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려지는 거죠. 그래서 겸손한 개발자가 되자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 한 가지 상반된 예는 되게 많아요. 사실 안 그런 사람들... 학교 선생님 중에도 있고 그리고 개발자 중에도 있고 중요한 거는 지식이 넓어진다는 게 독서로 넓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가장 좋은 건 내가 이 분야의 어느 정도 마스터 계열? 그러니까 내가 이 분야에 정말 자신 있고 정말 정통할 정도에 올라가면 그거에 대해서 전에 '한 분의 마스터가 되려면...' 이란 비디오로 만들었었죠? 그러고 저랑 비슷한 수준? 그 이상으로 저랑 비슷한 수준의 마스터가 또 따로 있어요. 이 두 사람이 만나서 얘기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지식은 웬만한 책을 읽을 때 보다 훨씬 나은 게 뭐냐면 책은 일방적인 거잖아요? 제가 정말 어떤 질문이든 던졌을 때 이 사람이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그런 것도 없고 책은 다 보기 전에 어떤 토픽이 있는지도 솔직히 좀 알기 어렵고 결과적으로는 이 말을 즐겼어요. Signal-to-noise ratio 시원하고 Signal은 신호고 Noise는 잡음이죠. 그러니까 정말 중요한 정보 그게 Signal이고 정말 쓸데없는 정보 그게 Noise라고 보면은 그 두 개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의 차이거든요? 최근 Signal-to-noise ratio가 굉장히 낮다고 봐야죠. 실제로 웬만한 책 읽어도 웬만한 프로그래머들은 동의하실 거예요. 웬만한 책을 읽어도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한 20% 밖에 안 돼요. 80% 이미 다 아는 거거나 필요 없는 거. 근데 두 사람이 만나서 얘기를 하게 되면은 웬만한 지식은 거의 80%가 중요하게 되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중간에 내가 끊을 수 있으니까 필요 없으면. 그 사람도 그럴 수 있고 정말 그런 게 성장에 더 큰 계기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되려면 프로그래머는 겸손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말하는 겸손의 의미는 자기가 아는 거에 대한 자신을 가지고 자기주장을 분명히 세울 수도 있고 내가 잘한다고 얘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 두는 거... 저는 그게 겸손이라고 생각해요. 그와 반대로 내가 아는 것도 얘기 안 하고 나를 무조건 낮춰 말하면 그거는 이미 성장의 가능성이 더 적지 않나 싶어요. 왜냐하면 내가 가진 걸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겠어요? '아 얘는 그냥 못 하는 애 인가보다... 그런가 보다...' 넘어가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을 또 알아 가려고 하면은 '그래 걔는 원래 저렇게 지금 좀 비굴하게 겸손한 애야... 그래서 얘가 정말 얼마나 실력 있는지 알아보자.' 그런 생각은 성인이나 하는 거죠... 아니 그게 나도 내 할 일 바쁜데 상대방 실력 얼마나 되는지 내가 왜 그걸 굳이 알아보고 있어요... 네가 말해 주면 되는 거지 훨씬 간단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을 때 프로그래머의 성장을 좌우하는 건 그런 거 같아요. 전에 말했듯이 거만한 개발자... 자신감 있고 자기 하는 거에 대한 얘기 분명하고 소신 분명하고 굳이 말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른 사람이 반대 의견을 냈을 때 그걸로 검토할 수 있는 열린 마음 그게 이제 저는 겸손함이라고 표현하는 거죠. 그렇게 말하니까 어찌 보면 이것도 겸손함이 아니라 사전적인 의미의 겸손함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면은 오늘은 그 정도로 얘기하기로 하고요. 포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