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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제가 트위터에서 팔로우하는 분은 아닌데 타임라인에 리트윗이 되면서 제가 봤던 것 같아요. 아마 제 생각에 이분이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정확히 어느 직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금 그 트윗 링크도 없고, 그래서 그분이 했던 말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이런 뜻의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할 때 UI는 아트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 아마 게임 쪽을 말씀하셨던 게 아닌가 싶은데, '게임 속의 게임 아트와 UI에 나오는 UI 아트가 워낙 이질적이다'라는 말씀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UI도 게임 아트의 일부분이 돼서 통일성을 가짐으로써 UI 자체가 게임 세계를 잘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뜻으로 UI는 아트여야 한다였던 것 같아요.
저는 그거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반대에요. UI가 User Interface인데, 벽에 있는 불 키고 끄는 그 스위치 있죠? 그 스위치가 UI에요. 누르면 불이 켜지고, 다시 누르면 꺼진다 이런 것들. 저는 UI를 구성하는 요소가 3가지라고 봐요. 첫 번째는 작동을 하냐? 그게 제일 커요. 스위치를 눌렀는데 불이 안 켜진다? 작동을 안 하는 거죠. 가장 근본적으로 작동을 안 하는 UI이기 때문에 망가진 UI고 그게 안 되면 가장 큰 문제예요. 그래서 UI의 기초적이고 가장 필요한 건 사실은 기능이에요, 작동을 하냐 안 하냐. 그리고 2번째 요소가 뭐냐면 제가 생각할 때 '얼마나 사용이 용이하냐?'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도는데 가끔 문제 생기면 멈춰야 되잖아요? 그래서 비상 버튼이 있는데 그 버튼이 옆에 있는 다른 버튼과 동일한 크기에 똑같은 색으로 되어 있어서 찾기가 어렵다거나 한눈에 안 들어오면 아무래도 사용이 어렵잖아요? 아니면 그걸 작동하는데 무슨 레버를 올리고 이걸 눌리고 레버를 오른쪽으로 두 번 돌렸다가 뭐 했다가 이래서 조작성이 되게 어렵다거나. 이거가 두 번째 문제라고 봐요. 그러면 UI의 작동이 가장 우선적으로 들어가고 얼마나 사용이 편하고 실수를 안 할 수 있냐? 그거에 따라 UI가 결정된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그걸 충족하고 나서 디자인을 봤을 때 예쁘냐?, 이 제품이 추구하는 바를 일관된 아트로 표현할 수 있냐? 3번째가 그거라고 봐요.
트위터에서 그분이 말했던 거는 이 3번째 요소가 UI의 필수 요소가 되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거 같아요. 저는 세 번째가 필수적인 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UI는 생활 속에서 쓰는 어떤 제품을 봐도 대부분 UI에요. UI 단계가 어디까지냐가 되게 중요한 건데 아까 말씀드린 작동만 단순히 하는 UI 같은 경우는 엔지니어들한테 되게 많아요. 저한테도 지금 콘솔 개발 킷이 한 3, 4개 쌓여 있는데 정말 못생겼어요. 버튼도 이상하고 무슨 변압기 큰 거 하나 놔둔 그런 느낌이 드는 게 많거든요? 말 그대로 기능만 하는 스위치. 저 정도만 돼도 최소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고, 많은 사람이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사용 용이성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은 거예요, 거기에 돈을 더 들일 필요도 없는 거고. 그리고 개발자들은 생각보다 똑똑한 사람들이거든요? 별 이상한 걸 알고 찾아내서 쓰고, 보통 사람 이상의 문제 해결 능력 아니면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masochist 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고, 개발 킷이 아니라 정식으로 출시되는 게임 콘솔이면 여기에 사용성이 용이한 UI가 추가되는 거죠. 대부분 가전제품의 80~90%는 UI 2단계까지는 필수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소프트웨어 같은 경우도 사실 모든 게 디자인이 주도하는 UI가 아니라 사용성이 용이한 UI에요. 웹 폼 같은 데서 버튼을 누를 때 흔히 보는 모양 있잖아요? 그 버튼 못생겼다고 문제 삼는 사람들이 별로 없듯이 저는 사용성이 기본이라고 봐요. 그리고 거기에서 마지막에 20% 올리는 게 아까 그분이 말씀하신 아트적인 UI라고 봐요.
그리고 사람의 심리에서 남에게 보여지는 건 이쁘게 꾸미고 싶고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 자기표현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게 자기 집에서만 사용되는, 남 보여줄 일이 없는 거라면 표현할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죠. 또 여자분들 밖에 나갈 때 화장 예쁘게 하잖아요? 집에 있을 때도 그렇게 변신하고 있냐? 잘 안 해요. 그죠? 그래서 저는 아트적인 UI가 그런 차이라고 봐요. UI도 1단계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사용하려면 2단계까지도 당연히 올라가야 한다고 봐요. 사용하기 불편한 UI는 정말 싫거든요? 한때 삼성이 많이 욕먹은 것도 그런 거였고요.
그다음이 디자인 쪽인데, 예쁜 디자인을 추구하는 UI나 실제 용도가 아트에 잘 반영된 UI까지 하려면 그만큼 비용도 들어가요. 게임 회사에서 UI 아티스트나 원화가를 UI 쪽에 투입한다고 하면 '과연 거기에 추가 비용을 들이는 게 회사에 이득이 되는가?'를 생각했을 때 저는 남한테 보여주는, 자기 과시욕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이 아니면 대부분 아니라고 봐요. 게임 쪽도 'UI 자체도 게임 아트 급으로 수준을 올려야 하냐?'라고 물어보시면 올리면 당연히 좋아요. 근데 '그게 정말 UI에 큰 도움을 주냐?' 그건 아니겠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더 큰 도움을 주냐?' 그거는 맞겠고 그렇다고 '비용을 들인 만큼 합리적인 가치가 있느냐?' 저는 대부분 아니라고 봐요.
저는 엔지니어니까 생각하는 입장이 이렇고 아이폰 대신 구글 픽셀 폰을 사용해서 디자인은 별로 생각을 안 하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UI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작동하냐? 마냐, 사용이 편리하냐? 마냐가 전제가 되고 아트가 되냐? 마냐는 선택적이라고 보거든요? 저는 '아트가 필수는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요, 여기서 끝낼게요. 포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