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tifications
You must be signed in to change notification settings - Fork 10
/
0097.txt
11 lines (6 loc) · 6.1 KB
/
0097.txt
1
2
3
4
5
6
7
8
9
10
11
더 이상 게임 프로그래머가 아닌 포프입니다.
왜 아직도 제 비디오를 많이 보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돈 받고 하는 일이 더 이상 게임 프로그래밍이 아니에요. 그래서 말씀을 드렸고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고 해요. 사실은 '왜 이렇게 게임 프로젝트는 접히는 게 많냐?'라는 얘기를 하려는데 이거는 특히 북미 쪽과 관련된 얘기인 것 같아요. 한국까지 이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분명히 밝히는데 제가 직접 조사를 해서 알아낸 사실이 아니라 몇 년 전쯤에 미국에 있는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퍼블리셔의 부사장하고 제가 어쩌다가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들은 얘기예요.
일단 이유가 뭐였냐면 이게 세금 제도하고 굉장히 관련이 있더라고요. 저는 몰랐는데 옛날에 게임 같은 경우는 별로 접히는 게임이 없었어요. 그리고 가끔 게임하고 영화하고 비교를 많이 하잖아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제작에 들어간 영화는 웬만해선 제작이 끝나면 개봉해요. 평점이 10점 만점에 2점이 나올지라도 개봉해요. 게임 같은 경우는 일단 2점, 3점 받는 평점의 게임이 별로 없고 실제 보면 메타크리틱 점수만 봐도 5점 이하도 별로 없고 보통 6점대에서 10점대가 있거든요? 나머지 게임들은 어떻게 하냐? 이미 출시되기 전에 보통은 접혀요. 그리고 그런 경우 그동안 게임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출시 한 6개월, 1년 정도 남았는데 갑자기 프로젝트를 다 때려치우는 거예요. 개발자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하잖아요? 차라리 6개월, 1년 더 하고 게임 출시해서 조금이라도 버는 게 낫지 않냐? 근데 그게 영화에서는 맞고 게임에서는 아니에요, 단순히 미국 국세청의 세금 제도 때문에.
영화 제작기간이 예를 들어 3년이라고 생각을 해봐요. 그러면 3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이 있잖아요? 보통 영화 배급사가 그 돈을 다 대요. 21세기 폭스라든가 워너브라더스 이런 데서 돈을 대주는 거죠. 그러면 국세청에 신고를 하잖아요? 올해 이 영화에서 100만 달러를 벌었다, 근데 100만 달러 지출한 거도 있어요. 이건 어떻게 하냐? 보통 세금 제도라는 게 그렇잖아요? 올해 100만 달러 벌었고 100만 달러 썼으니까 실제 번 돈 없다. 딱 끝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인데 영화 쪽에서는 영화가 개봉할 그 지출은 신고를 안 해도 된대요. 그러니까 올해 내가 100만 달러 썼고, 내년에 100만 달러 더 쓰고 영화를 개봉했을 때 이 영화가 200만 달러를 벌었다면 올해 100만 달러 하고 내년에 100만 달러 모두 내년도 지출로 세금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보통 영화가 영화관에서 처음 개봉할 때 그때 돈 왕창 벌고 그 이후에 DVD 쪽에서 수수료 받는 건 조금씩 벌거든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 때 지출도 같이 처리를 해야 효율적으로 절세를 할 수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업계에서는 어떻게든 영화를 출시해야 세금 혜택을 받을 수가 있대요. 이미 4~5년 동안 만들어 왔고 이 영화가 돈을 벌 수 없는 게 분명해도 여태까지 지출해 왔던 걸 한 번에 정산해야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영화가 나오는 게 낫다고 그러더라고요. 1년 동안 돈을 더 넣고 그렇게 해서 영화가 나오는 게 낫다고. 그리고 5년 동안 영화를 만들고 1년을 더 제작하면 돈이 더 나가겠지만, 벌어들일 수익이 아마 1년 치 지출보다 많다는 게 가장 일반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배급사 입장에서는 영화를 개봉해서 영화관 상영하고 DVD 발매하면서 어떻게든 수입을 좀 긁어와야 하는데, 그게 아니면 총지출이 그 영화 수입보다는 많이 들어간 거겠죠? 그러니까 영화가 망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겠고.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다른 영화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있잖아요? 그거 하고 상쇄가 되면서 어떻게 된다는 게 제가 들은 얘기예요.
옛날에 미국에서는 게임 산업도 그렇게 했대요. 그때는 사실 게임 개발이 중간에 취소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고, 허접한 게임부터 좋은 게임까지 웬만한 게임은 다 나왔어요. 근데 어느 순간 미국 국세청에서 게임 업계한테 그랬어요. '너네 그러면 안 된다, 그건 불법이다. 지출이 있던 해에 무조건 지출을 올려야 된다. 몇 년 동안 그렇게 끌고 갈 수 없다' 영화 쪽은 그렇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아마 영화 쪽이 더 힘이 세서 그런 걸 수도 있겠고 게임 쪽은 신흥 산업이었으니까 아무래도 그런 관습도 적으니까 강요하기도 쉬웠던 것 같고, 그렇게 되면서부터 게임은 그 해에 반드시 세금 신고가 끝나요. 재밌어지는 게 뭐냐면 이 게임 제작을 1년만 더하면 출시를 할 수 있어요. 근데 게임이 굉장히 허접해요. 출시하면 돈을 못 벌게 뻔한데 이미 세금 신고는 올라갔고 1년 동안 더 써야 할 돈이 50만 달러다. 근데 게임이 나왔을 때 50만 달러의 매출은 나올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차라리 게임을 접는 게 오히려 유통사한테 이익이라는 얘기예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 출시 마지막 1, 2년 남겨놓고 게임이 접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대요. 들으면서 '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많이 접혔겠구나. 한국은 게임산업에 대한 세금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고 얼마나 많은 게임이 접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제가 운 좋게 들었던 얘기고 다른 게임 개발자분들은 아마 평생 못 들을 것 같은 얘기여서 독특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유를 했어요. 할 말 다 한 것 같다. 그죠? 포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