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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보는 우아한테크코스 지원서

벌써 찬 바람이 불어오는 10월 중순이다. 새 가을옷을 산다는 것을 계속 미뤄왔는데, 이제 겨울옷을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느낌의 바람이 불던 작년 이맘때, 한창 기말고사 공부와 우테코 준비를 병행했었다. 그때가 어제 같은데, 나는 벌써 수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 우테코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잔뜩 남아있는데, 시간은 그걸 모르는지 무정하게 흐른다. 10월 17일이면 우아한테크코스 5기 모집이 시작된다고 한다.

프로그래머가 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계기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나요? 프로그래밍을 배워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프로그래밍을 통해 만들고 싶은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해 작성해 주세요.

우테코 4기 지원서 문항이 생각난다. 우아한테크코스 수료를 앞둔 지금, 다시 한번 이 질문에 답을 해보려한다.

감사하게도 나는 비교적 빠르게 프로그래머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한창 컴퓨터 게임을 즐겨할 나이었다. 그때의 나는 즐겨하던 게임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검색하고, 네이버 카페에도 가입하고, 지식IN에도 질문해보는 과정에서 ‘플래시’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자작 플래시 게임을 공유하는 사이트에서 플래시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공부했다. 프로그래밍과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내가 만든 게임을 주변 친구들과 인터넷의 모르는 사람들이 즐겁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며 기쁨을 느꼈다. 내가 만들어낸 무언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한창 카카오스토리라는 SNS가 또래 사이에 유행하던 시기였다. 간단히 공부한 HTML, CSS, PHP를 사용해서 만든 조악한 웹사이트를 카카오스토리에 올려 친구들에게 공유했었는데, 이 웹사이트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다. 그 당시 최대 동시 접속자가 900명을 넘었었는데, 이때 느낀 황홀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웹 서비스 개발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이때쯤 했던 것 같다.

무언가 바닥부터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나는 삶의 의미를 느낀다. 내가 꿈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 사실 거창하지 않다. 프로그래머를 직업으로 가지고 나서도 프로그래밍에서 오는 그 순수한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코드를 작성하는 이 기쁨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언제나 행복하게 프로그래밍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더 나아가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물이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켰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산업의 결과물은 사람들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르다. 한번 작성한 코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바다 건너 외국인의 삶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작성한 코드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삶의 컨트리뷰터가 되고 싶다.

후디,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우테코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다. 나는 내가 학습하고 경험한 내용들을 글로 작성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우테코에 오기 전부터 블로그에 내가 배운 것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 공부한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글을 통해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남겨준 댓글을 읽는 것이 좋았다.

우테코에 합류하고 나서도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작성했다. 돌아보니 우테코가 시작된 이후로 120개가 넘는 포스팅을 작성했더라. 이틀에 하나꼴로 글을 작성한 셈이다.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식, 그리고 경험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좋은 동료들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더 나아가 내가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해온, 그리고 앞으로 할 사람들에게 듬직한 이정표가 되어주고 싶다. 내가 우테코에서 경험한 이 문화와 수없이 받은 도움을 이 길을 걸을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눠주고 싶다. 그렇다, 나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 훗날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된다면, 언젠간 꼭 교육자의 길을 함께 걸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삶을 살고 싶다. 누군가에겐 성공이 다른 누군가에겐 실패로 보일 수 있다. 누군가에겐 실패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소중한 경험으로 보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일이 누군가에겐 지루하기만 한 일일 수 있다. 하나를 보더라도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기준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우테코에 모여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것도 행복하기 살기 위함이지 않은가. 내가 행복한 일이 무엇일지, 그리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프로그래머 아니, 한 명의 인간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