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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코다

두고온 점심 걱정

프랑스 파리 로뎅 박물관에서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을 따라하며 하릴 없이 여유를 즐기던 코다는 별안간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 그대로 커다란 폭풍에 휩쓸려 이상한 나라에 불시착했다.

친절한 폭풍은 코다를 이상한 나라에 긁힌 곳 하나 없이 온전하게 데려다주기만 하고 아무런 조언도 힌트도 없이 휭하니 사라져버렸다. 호기심 많은 코다는 투명의자에서 일어나 감고 있던 눈을 떠본다. 칠흑 같은 어둠이다. 폭풍에 실려 오며 굳었던 다리를 주무르며 한참 주변을 두리번 거려보지만 어딘지 모를 이 이상한 공간은 깜깜한 동굴 속 처럼 사방이 어두워서 보이질 않는다.

겁이 없는 코다는 마음에 드는 곳으로 발을 옮겨보기로 한다. 어쩌피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어디로 가든 상관없겠지. 코다는 평소보다 훨씬 더 천천히 걸음을 옮겨본다. 한참을 걷다보니 포장되지 않은 흙바닥 같은 뭔가 발에 치인다. 아주 천천히 걷고 있었기 때문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한참 동안 장애물이 없었기에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던 코다는 손으로 더듬더듬 장애물을 만져본다. 주먹만한 돌멩이 같은 것이 만져졌다.

뭔가 바닥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 코다는 발을 디딜 때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똑같은 느낌의 장애물이 발에 치인다. 장애물이 치일때마다 똑같은 방향으로 장애물을 피해간다. 평소같으면 이 정도의 돌멩이들 따위야 간단히 눈으로 확인하고 피해갈 수 있었을 텐데. 앞이 보이질 않으니 그럴 수가 없다. 다음 장애물이 언제 나올지 궁금해진 코다는 걸음 수를 세기 시작한다. 102걸은 만에 돌멩이가 나타난다. 81걸음 만에 장애물이 나타난다. 65걸음 만에 장애물이 나타난다. 50걸음, 38걸음. 한개, 두개, 두개, 세개, 다섯개. 점점 돌멩이가 치이는 간격이 좁아진다. 돌멩이들 숫자도 늘어난다. 돌멩이를 만나는 간격이 좁아질 수록 바닥의 질감도 변한다. 바닥에 물기가 많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코다의 운동화가 끈적하게 바닥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30걸음 쯤 걸었을 때 허리를 숙여 손을 뻗어서 장애물을 확인해본다. 그렇군. 그렇군.

코다는 잠시 쉬어가야 겠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만난 돌멩이들을 끌어모아 그 위에 앉는다. 물기 있는 바닥에 털썩 앉기에는 찝찝하니까.

코다는 로뎅 박물관에 맡겨두고 온 짐을 생각한다. 점심으로 싸왔던 샌드위치도 그 안에 들어있는데. 여기서 영영 빠져나가지 못하면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내 짐들은 어떻게 되는거지?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은? 다른 사람들이 다 먹어버릴까? 그래 차라리 먹으면 다행인데. 코다는 어딘지 모를 깜깜한 동굴 속에 생각하는 사람처럼 앉아서 두고 온 짐 걱정을 한다. 꼬르륵 텅 빈 코다의 배에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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